암석과 그 풍화생성물(토양과 퇴적물)은 보이지 않는 큰 저수지 (reservoir)의 역할을 맡아 가지고 있다. 하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상수도가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우물(well)을 파서 비교적 쉽게 지하수(ground water)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널리 분포되어 있는 지하수가 지하에 끊임없는 지질작용을 가하여 장구한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는 지구 표면에 일어나는 변화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 짐작된다. 지하수는 지하에서 서서히 이동하며 암석의 여러 가지 성분을 용해하여 암석 파괴를 촉진시키며 용해 된 물질을 다른 곳으로 운반하여다가 그 곳의 암석이나 새로 쌓인 퇴적물 중에 침전시켜 공극을 메우고 부드러운 퇴적물을 굳은 암석으로 변하게 한다. 또 지하수는 서서히 지표로 나와서 강물이 되고, 바다나 호수로 흘러 들어 용해하여 온 물질을 그 곳에 추가한다. 지하수는 막대한 저장량을 가지고 연중 하천·호수·소택지의 수량을 조절하고 지표에서 증발하여 기권의 수증기량을 간접적으로 조절한다.
지하수의 성인과 그 분포
1. 지하수의 성인
옛날의 학자들은 지하수의 성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각을 가졌었다.
(1) 지구는 대단히 큰 생물체와 같은 것으로서 지하수는 지구의 동화 작용으로 생겨난 물질이다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 (Kepler, 1571~1630)의 생각]
(2) 공기가 지구의 공극으로 들어가서 물로 변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384~322 B.C.)의 생각].
(3) 바닷물이 지중에 들어가서 퍼진 것이다 [플라토(Plato, 427∼347B.C.)의 생각].
(4) 강수가 지하로 스며들어간 것이다 [프랑스의 변호사 페로(Pierre Perrault, 1611~1680)가 1650 년경 세느강 유역의 1년 중의 강수량이 세느강의 유출량의 6배임을 밝힘으로써 증명된 생각].
그 중 (4)가 현재의 우리 생각과 동일한 것이다. 지하수의 대부분은 지표에 내린 비와 눈이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간 것에 불과하다. 그 증거로서 지하수에는 방사성 수소 H (Tritium)가 소량이나마 들어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H는 기권 상층에서만 만들어지는 수소의 동위 원소이다. 강수 외에 지하수로 가해지는 것에 약간의 처녀수(處女水:juvenile water)를 생각할 수 있다. 처녀수는 마그마에 들어 있던 물이 분리되어 나온 것이다.
2. 지하수의 분포
우물을 팔 때에는 지표 부근에서 습기를 약간 포함한 표토를 제거해야 한다. 이 곳은 공기가 들어 있는 통기대(通氣帶:zone of aeration)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사방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곳에 부딪치게 된다. 이 곳에는 물이 가득 차 있으므로 이를 포화대(飽和帶:zone of saturation)라고 한다. 포화대의 상한은 대체로 평활한 면으로 통기대와 경계하는데 이 면을 지하수면(地下水面:groundwater table)이라고 한다. 우물 밑에서 새어 나오는 우물물의 수면이 상승을 중지하면 이 때의 수면의 높이가 그 부근의 지하수면의 높이이다. 근접하여 있는 여러 우물의 수면의 높이를 조사하여 보면 지하수면이 대체로 지표의 구배와 비슷한 구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기대는 다시 아래서부터 위로 모관대(毛管帶:zone of capillarity), 중력수를 포함하는 중간대(中間帶:intermediate zone) 및 토양수를 포함하는 토양수대(土壤水帶:zone of soil water)로 3분된다.
비가 많은 지방에는 지표 부근에 지하수면이 있으나 건조한 지방에서는 100m 이상 파 들어가도 지하수면에 달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이는 강수량이 적어서 지하수의 증가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강수량이 다르므로 지하수면은 주기적으로 오르내린다. 지하수가 존재할 수 있는 이론적인 하한은 암석이 지하에서 고압으로 빈 틈없이 압박되거나 유동되어 공극(pore)을 잃어버리는 곳까지로서 이는 약 10km 의 깊이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하수는 비교적 얕은 곳에만 국한되어 있어서 1km 내외 되는 깊이에서는 지하수를 거의 볼 수 없다. 공극을 가지고 물을 포함할 수 있는 토양이나 암석을 대수층(帶水層:aquifer) 또는 함수층(含水層:water-bearing formation)이라고 한다.
3. 공 극 률(空隙率:porosity)
사력층(砂礫層), 토양 및 그 밑의 기반암이 지하수를 포함할 수 있는 것은 그 중에 공극이 있어서 물의 통과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단위 체적의 암석 (또는 표토)중에 존재하는 공극의 체적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 공극률이다. 보통 토양과 사력층의 공극률은 25~45%이고 화성암의 그것은 1% 내외이다. 신선한 화성암은 치밀하여 공극률이 대단히 작으나 절리·단층·풍화대가 있으면 물을 포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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