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과 화산작용
화 산
광물의 집합체인 암석은 성인적으로 3대분될 수 있음을 알았다. 만일 우리가 화성암이 지하에 있던 용융 물질의 고결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되었다면 우리는 처음에 그 성인에 대한 암시를 어디서 얻었을 것인가? 이는 바로 화산(火山:volcano)에서였다고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18세기 후반에 유럽에서 유명했던 암석수성론자와 암석화성론자 사이의 큰 논쟁은 화산을 못 본 학자들과 화산을 관찰한 학자들 사이의 논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활화산이 없는 독일의 수성론자 베르너(A. G. Werner, 1749~1817)를 중심으로 한 학자들은 현무암과 화강암까지도 물 밑에 침전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라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세상에 활화산이 없다면 수성론자가 아직도 패권을 가지고 있을는지 모를 일이다.
화산은 우리의 관심을 지하로 이끌어 가고 그 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기초적인 지구의 역사를 알게 해 준다. 지구가 처음 찬 가스와 티끌로 시작되었건 또는 고온의 가스로 시작되었건 간에 지구 내부가 한 번은 용융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화성암에 대하여 먼저 고찰함이 양책일 것이다. 그러므로 화산과 화산작용(=화산 현상:volcanism)에 관한 공부를 선행토록 한다. 화산작용이라고 하면 협의(義)로는 마그마(magma)의 작용이 지표에 나타나는 것만을 가리키나 광의(義)로는 마그마의 지하에서의 활동도 포함된다. 즉 마그마가 지각 내외에서 일으키는 모든 현상을 화산작용이라고 한다.
화산의 정의
우리 나라에는 현재 활동 중인 화산이 없으므로 화산에 대한 지식을 체험으로 얻기는 곤란한 형편에 있다. 그러나 화산이라고 하면 우리는 곧 험준한 산체와 그 정상으로 분출되는 불·연기·녹은 암석을 상상한다. 실제로 화산에는 이런 모양으로 활동하는 것이 많으므로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 생겨나는 화산에는 산체가 구비되어 있지 않고([그림 4-1] 참조), 어떤 화산은 산체가 대단히 작으므로 다음과 같이 화산의 정의를 내림이 타당할 것이다. 즉, ‘화산은 지하에 있는 용융 물질의 저장소가 구멍이나 틈을 통하여 지표에 열려 녹은 돌·가스·화산회를 분출하는 곳(場所)이다’. 분출된 물질은 분출되는 구멍, 즉 화구 주위에 모일 것이므로 자연히 화산을 둘러싼 산체가 이루어진다. 엄밀히는 이 산체를 화산체(火山體:volcanic edifice)라고 하여 화산과 구별하나 보통 화산체는 화산을 합하여 넓은 의미에서 화산이라고 호칭된다. 지구상에 일어나는 지질작용 중 태양의 에너지에 근원을 둔 작용은 지표의 평탄화를 꾸준히 계속하나 지구 내부에 근원을 둔 지각운동과 화산 활동은 주로 지표에 요철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담당한다.
마그마와 용암(熔岩)
화산이 지하로 통하는 구멍을 화도(道:volcanic vent), 화도의 상단을 화구(crater)라고 한다. 화구에서 분출되는 기본적인 물질은 고압가스와 녹은 돌이며 후자를 용암(lava)이라고 한다. 고압 가스와 용암이 분출될 때에는 화도 주위의 암석도 파괴되어 파편으로 분출물에 섞인다. 화도 맨 밑에 저장되어 있는 용융 물질이 마그마이고 마그마가 들어 있는 공간은 마그마쳄버 (magma chamber)이다. 마그마는 녹은 돌과 이에 포함되어 있는 가스(수증기 및 다른 기체)로 되어 있다. 마그마는 지하 깊은 곳에서 고압하에 있으므로 포함되어 있는 가스는 유리되어 있지 않고 녹은 돌 속에 완전히 용해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마치 탄산수 중의 CO2 가스가 밀폐된 병 속의 고압하에서 방출되지 못하고 액체 속에 유폐되어 있음에 비유할 수 있다. 마그마가 화도를 통하여 화구로 접근함에 따라 기압이 저하되며 녹은 돌과 가스는 분리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가스는 분리되어 한 곳에 모여서 고압의 기체로 변할 것이고 마그마의 성분은 처음과 달라진다. 이렇게 가스를 분리하고 남은 마그마가 용암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압상태의 마그마를 볼 수 없고 화산에서 분출되는 용암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녹은 상태의 용암을 마그마라고 부른다. 용암에는 고온이어서 유동이 가능한 것을 액체용암(liquid lava), 고결된 것을 고체용암(solid lava)이라고 하나, 특히 이를 밝힐 필요가 없을 때에는 액체이나 고체임에 관계 없이 용암이라고 부른다.
화산의 일생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화산을 활화산(active volcano), 역사상에 활동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휴화산(dormant volcano), 활동의 기록이 없는 것을 사화산(extinct volcano)이라고 하나 휴화산을 활화산으로 취급하는 학자가 많다. 이런 의미의 활화산의 수는 지구상에 516좌(座)이다. 사화산이라도 앞으로 전혀 활동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활동을 중지한 화산이 많은 반면에 새로이 생겨나는 화산도 있으나 세계적으로 보아도 그 수는 대단히 적으며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새 화산의 총수는 약 10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적이 미치지 못한 곳이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새로운 화산으로서 그 탄생의 면모가 잘 관찰된 것은 아이슬랜드 남쪽 바다에 분출한 서체이 (Surtsey)섬이고 다음 것은 멕시코시티 서쪽 약 300km 지점에 있는 파리큐틴 (Paricutin) 촌락에 생긴 화산이다. 파리큐틴 화산은 처음 2일간은 밭주인인 농부에 의하여 관찰되었고, 3일째부터는 전문가들에 의하여 관찰되었는데, 이 화산 탄생의 모양은 다음과 같다.
1943년 2월에 파리큐틴 화산은 돌연 밭을 뚫고 나타났다. 밭 주인이 체험한 바에 의하면 약 1주일 전부터 지진이 일어나고 그 진동이 매일같이 심하여 가다가 마침내 밭 가운데서 연기 (실은 수증기와 다른가스)가 솟아오르더니 급히 그 양이 많아졌다. 가스의 분출은 정오경에 시작되었으나 저녁에는 폭발이 일어나 돌덩어리를 던지기 시작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높이 약 30m인 원추형의 분석구(噴石丘:cinder cone)를 만들었다. 그 정상에서는 폭음이 연발하며 빨갛게 단 돌을 분출하고 돌가루가 섞인 수증기를 구름처럼 뿜어 냈다. 며칠 후에는 화구에서 용암을 유출하기 시작하여 낮은 골짜기로 용암류(lava flow)를 흘러내리게 하였다. 이 화산체는 3개월 동안에 330 m의 높이로 자랐고 1년 후에는 약 430 m에 달하였다.
화산은 아무렇지도 않던 지면에 생겨나는 경우는 드물고 다른 화산 부근에 생겨나는 일이 많다. 파리큐틴 화산도 후자에 속한다.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화산에서 관찰된 바에 의하면 화산은 용암의 유출, 가스의 분출, 암괴나 화산회의 포출·폭발을 번갈아 또는 그 중의 하나 또는 둘을 주로 하는 활동을 한다. 오랫동안 이런 활동을 계속한 후에는 점점 쇠약해지고 활동이 중지된다. 화산 활동의 말기에는 화산 정상에 칼데라(caldera)가 생성되는 일이 많다. 화산 활동이 중지되면 후화산작용(後火山作用:post-volcanic action)이 얼마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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